치매를 앓는 아내에 이어 자신마저 비슷한 증상을 보이자 70대 노인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12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4시 30분쯤 서울 성북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김모(74)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의 사망 추정시각은 7일 오전 11시쯤이다.
자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아내와 함께 이 집에서 살던 김씨는 3년 전부터 혼자 지냈다. 아내의 치매 증세가 심해지자 혼자 병간호하기 어려워 요양병원에 보냈기 때문이다.
병원비는 자식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해결했지만, 김씨는 ‘미안하니 내 생활비는 알아서 벌겠다’며 호텔 청소원으로 계속 일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김씨는 갑자기 회사를 그만뒀다. 그리고 자녀들이 모두 모일 수 있었던 날인 12월 31일 느지막한 생일잔치를 열었다. 7일 후 그는 세상을 떴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A4용지 절반 크기의 종이에 “치매 증상이 나타난다. 자식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빈소를 지키던 김씨의 딸은 “어머니가 투병 중인 상황에서 당신까지 나중에 증세가 심해지면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걱정하신 것 같다”며 “치매 증세가 나타났을 때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모는 어디에도 없을 것”이라고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사망원인통계 자료에 따르면 치매로 인한 사망자 수는 9164명이었다. 10년 전보다 114.1% 증가했다.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치매 환자도 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치매 환자는 2030년에는 127만명으로 늘어나고 2050년에는 약 271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는 이달부터 치매국가책임제를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보건복지부는 보건소에 252개 치매 안심센터 설치, 치매상담콜센터 설치로 24시간 핫라인 구축, 장기요양 확대, 치매안심요양병원 확충, 국가 치매연구 개발 10개년 계획수립 등을 마련했다.